공지사항

- 302025.10
- 2025년 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단상 (5) - 여건종 교수님-2
‘실낙원’이라는표현으로대변되는영어영문학이맞이한암울한현실에직면하여,자칫가던길을잃고수렁에빠지거나아예갈길을몰라주저앉아있는독자들을위해세편의단상을싣는다.세편모두수렁에서빠져나가는법을알려주는상세한지도는아니지만강한빛을발하는글이기에,문해력이있는독자들에게다시일어서는용기를주고이들이방향을잡아앞으로나아갈수있게한다.깊어가는가을인문학의정점에달한선배영문학자들의예리하면서도풍요로운글쓰기를즐기면서이시대문해력이지닌의미를되새기는것도의미있을것이다. 이야기는어떻게시민을만드는가?:리터러시,시민사회,그리고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여건종(숙명여자대학교,한국영어영문학회38대회장) 한국영미문학교육학회에서주관하는“내러티브기반영어교육”학술대회에서지난번(한국영어영문학회,한국영미어문학회,한국영어교육연구학회가공동주관한“문해력과역량중심영어교육으로의전환”심포지엄,2025년1월6일개최)에이어서또발표를하게되었습니다.지난번발표의주제가“서사적상상력이어떻게인간에게공감능력을만들어주는가,그리고이러한공감능력이민주적시민역량을어떻게길러주는가”였습니다.이번발표의제목은“이야기는어떻게시민을만드는가”입니다.제목에서드러나듯이이번발표도거의비슷한이야기입니다.부제가“리터러시,시민사회,그리고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인데동일한주제를이번에는“리터러시”라는개념을중심으로얘기해보려고합니다. 리터러시는최근에는“문해력”으로번역되고이학회에서도그렇게통일해서쓰고있는것으로보입니다.저는좀더근본적인의미에서“문자능력”이란번역어를써왔는데여기에서는그냥리터러시로썼습니다.리터러시는일차적으로“문자를읽고쓸수있는기술적능력”을가리킵니다.단어를외우고문법과구문을습득해서언어를구사할수있는능력입니다.아마도비영어권에서의교실교육에서영어교육은일차적으로이러한의미에서의리터러시를가르치는교육을의미할것입니다.그런데보다넓은,혹은보다근본적인의미에서저는리터러시를“글을읽는능력을통해세상을읽고,이해하고해석하고,더나아가서스스로를더넓고깊은존재로만들어나가는능력,또한글을쓰는능력을통해자신의존재를표현하고자신의고유한경험을타인들에게소통시켜공통의경험으로만드는능력”으로정의하려고합니다.바로전유(appropriation)와소통(communication)의능력입니다.(전유는자기밖에있는것을안으로가져와자기존재의일부로만드는행위이며,소통은자기안의경험을외부로표현하여다른사람의경험으로만들고다른사람의존재의일부로만드는행위입니다.) 이것을편의상(앞의기술적의미에서의리터러시와대비해서)리터러시의문화적정의라고이름붙일수있을것입니다.오늘제가몇몇의역사적접근을통해확인하려는것은이두가지리터러시의정의,즉기술적의미에서의리터러시와문화적의미에서의리터러시가분리될수없이매우긴밀하게연결되어있는능력이라는것입니다. 문자능력에대한문화적정의와관련된논의를,아마도처음으로,설득력있게제기한사상가가브라질의민중운동가이자교육철학자인파울로프레이리(PauloFreire)입니다.브라질의군사정권에맞선민주화투쟁에서브라질민중의문자능력의습득을가장중요한요소로보고농촌공동체를기반으로문맹퇴치운동을실천했던프레이리에게문자능력의습득은단순히읽고쓰는기능적능력을갖게되는것을넘어서,“자유를위한문화적실천(culturalactionforfreedom)”(PoliticsofEducation43)의핵심적이고필수적인기반이었습니다. 프레이리에게자신의경험에이름을붙일수있다는것은세계와자신을스스로의눈으로읽을수있는능력을가지는것,스스로의경험과정체성과고통을발언할수있는힘을가지게되는것,더나아가서,자신이속한공동체의지배적인상징과문화적재현이이루어지는방식을읽는다는것을의미합니다.그의표현을빌리면 스스로를표현하는것,세계를표현하는것,창조하고재창조하는것,결정하고선택하는것,그리고궁극적으로한사회의역사적과정에참여하는것이아니라면,단어를말한다는것은진정한행위가될수없다...문자능력의과정은단어를발화하는행위를현실을변화시키는행위와연결시키는것이며,그현실의변화에기여하는인간의역할과연결시키는것이다.이러한연결관계의중요성을인식하는것은읽고쓰는것을배우는사람들에게반드시필요한것이다,우리가진정으로해방을원한다면”(PoliticsofEducation51) 그에게문자능력은어떻게한사회에서지식과정보가생산되고그것이사회적정치적상징이되어주체와공동체를구성하게되는가를인식할수있는능력을포함합니다.이것은자신의공동체의의미생산과정에참여하는것을의미합니다.문자능력의실천운동가로서의프레이리에게리터러시의기술적능력을습득시키는것은군부통치하에서자유를박탈당한브라질민중들에게“진정한해방”을성취할수있는기반을만드는출발점이었습니다.그것은정치철학자로서의프레이리에게는브라질민중을자기삶의주인이되는자율적시민으로거듭나게하는구체적이고절박한작업이기도했습니다. 지난500여년간에걸쳐서구에서진행되었던민주적근대화의역사에서확인할수있는것은문자능력이보통사람들에의해습득되고확산되는과정이보편계급으로서의시민이태동하고진화하는과정과항상함께진행되었다는것입니다.1960년대에시작하여1980년대에연구성과를내기시작한영국의케임브리지대학의역사인구학자들에의해(CamPop:CambridgeGroupfortheHistoryofPopulationandSocialStructure)본격적으로연구되기시작한문자해독율(literacyrate)연구의실증적작업에의하면,민주적근대화의태동기인종교개혁에서부터시민사회가본격적으로등장하게되는16세기에서18세기사이에일반사람들의문자능력이급증했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대략성인남자의경우종교개혁기의15%에서출판시장이막등장하던1600년대에30%로,출판시장이확립되고융성하던1700년대중반에는60%,대중교육이제도화된19세기중반에는75%로)종교개혁,도시르네상스의부흥,출판시장의등장,대중교육의확산등이문자능력이라는문화적자원의확산의가장중요한역사적단계들을구성하게됩니다.문자능력이라는문화적자원이일반시민들에게광범위하게확산되었다는것은곧계몽된대중(즉시민)이자신의세계를스스로의눈으로이해하고해석하고자신을표현하고소통시킬수있는능력을습득하고심화시킴으로써스스로의미생산의주체가되어더욱자율적이고성숙한존재가되는시민으로서의정체성과역량을갖추게되었다는것을의미합니다. 문화적자원이집중되고독점되었다는것은공유된세계이해의방식을특정한집단이독점적으로생산하고그것을일반사람들에게일방적으로주입시키는것을의미합니다.중세교회는(정치적집단으로서의중세교회는교황과왕과영주와귀족,국가를관리하는행정직을맡고있던사제들,그리고공동체의가치와신념을생산하던궁정지식인집단으로이루어진지배집단을말합니다)성경에대한해석을일반인들에게차단함으로써(당시에는라틴어로쓰여진것밖에없었기때문에일반인에게는접근과해석이허용되지않았습니다)이세계의창조원리로부터시작하여모든중요한공동체적의미생산의원천을독점했다고할수있습니다. 서구의경우이의미생산의확산의과정은종교개혁,즉신을사제집단을통하지않고일반인들이직접만나고해석하려는새로운종교적운동으로부터시작되었습니다.이런의미에서종교개혁의중요한결과중의하나가성경을일반인이쓰는모국어로번역하는작업이었다는것은많은것을시사해줍니다.그에뒤따르는것은문자능력(literacy),즉글을읽고쓰는능력의급속한확산이며.문자능력의확산에가장중요한기점은출판시장의등장이었습니다. 영국의경우,역사가들이영국도시르네상스(EnglishUrbanRenaissance)라고불러왔던17,8세기도시화과정에의해시민사회의자생적제도들이급속히확산되게됩니다.자발적인시민모임과다양한형태의비정치적조직을통해특정한형태의사회적공간들을창출하면서,도시는왕과궁정의정치적권위를시민사회의권위로점차적으로대치하게됩니다.특히커피하우스등을드나들면서자연스럽게생기게되는비공식적모임들,문학,종교,철학,과학들을주제로결성됐던토론회들은중산계급문화가넓은의미에서정치화되어가는과정에중요한역할을하게됩니다. 새로운도시에서의각종자생적시민단체와모임들은놀랄정도로다양한계층으로구성되어있었고커피하우스에서는귀족과노동자가한자리에같이앉아있는것이자연스럽게받아들여지기도했습니다.도시르네상스의자발적이고자생적인제도들의발전과함께대중출판의급격한성장은계몽화된대중,즉시민을형성하고확장시키는데가장결정적인요소였습니다. 대중출판시장을통한문화적자원의확산이급격히가속화되던17세기말엽에는우리가상상할수있는모든종류의산문양식들이—정치적팸플릿,여러가지형태의신문,잡지,기행문,도덕지침서,설교집,범죄자전기,각종편람,소백과사전,성인열전,이솝우화,아라비안나이트,가상적정치풍자등—대중의새로운세속화된문화적욕구를충족시키기위해시장을통해유통되게됩니다.도시중산계급의문화가보다다양해지고,세속화됨에따라대중출판은보다광범위하고의존할만한독서대중을점차로확보하게되고글을읽고논쟁을벌이는일은도시대중—자유직업인,법관,관리,사제,작가들뿐만아니라기술자,상인,직공들까지포함한—의역동적인문화적활동의일부가되게됩니다. 보통사람들의일상적삶이글을쓰고읽는행위의진지하고중요한대상이된것은대중출판문화의산물이며,근대시민사회가형성되고근대적주체가탄생하는데결정적인요인중의하나였습니다.이러한초기대중출판의다양한대중산문양식들의새로운장르적특질들을통합하여강력한문화적영향력을가지는장르로새롭게등장한서사양식이바로리얼리즘소설이었습니다.이언와트가명명한“소설의발생”(theriseofthenovel)입니다. 초기출판문화에의해제공된특정한공적공간을통해서개별적이고고유한삶의경험들이어떻게공적경험으로소통되고,공유될수있는조건을갖게되었는가,그리고,이공간을통해서그개별적경험에정체성을부여해줄수있는사회의통합적이미지를어떻게생산하게되는가를잘보여주고있습니다.이공적공간을우리는재현의공간이라고부를수있을것입니다.그런의미에서리얼리즘소설은새로운근대시민사회에서의개인과사회의변증법적관계를가장성공적으로다룬문화적형식이었다고할수있습니다.리얼리즘의성취는바로개인과사회의관계를드러내는방식에있습니다.레이몬드윌리암즈(RaymondWilliams)는리얼리즘소설에서나타나는개인과사회의관계를다음과같이평가합니다. 소설에있어서리얼리즘의전통을생각할때나는한개인의삶의질이라는관점에서삶의총체적인양식의질을창출하고판단하는그러한종류의소설을생각한다.이러한성취에수반되는균형이야말로아마도이성취에관한가장중요한사실일것이다...그런관점,개인과사회에대한그러한파악은하나의일관된양식으로볼수있다.그런데이관점자체가성숙의산물이었다는것을잊어서는안된다...사람들이나에게리얼리즘의전통이소멸되었다고말할때그말은나에게특정한경험의새로운영향하에서이러한성숙한관점이상실되었다는이야기로들린다.(TheLongRevolution279) 윌리암즈가리얼리즘소설에서나타나는개인과사회의변증법적관계를강조하는것은결국,리얼리즘소설이매우특수한형태의재현형식이었다는말로이해할수있을것입니다. 리얼리즘은한“문제적개인”의고유한삶의경험을재현합니다.리얼리즘소설에서개인은특수하고고유하지만,특수하고고유한경험을통해전체공동체의삶의특정한질적국면을드러내면서,공동체의전체적삶의형식과대면하고갈등하고타협합니다.리얼리즘소설의질적성취는대부분이러한대면과갈등의치열함에서나옵니다.그것이치열할수록개인의내면은더깊은것으로나타나고,공동체는이문제적개인의삶을자신의정체성속에더확고하게각인시키고참여시킵니다. 계몽된공중이라고부를수있는이러한대중의등장과확산과정의가장중요한결과는바로이과정을통해서사회적의사소통의하부구조(infrastructureofsocialcommunication)가형성되기시작했다는것이다.대중출판,문학시장그리고다양한도시적문화제도에의해형성된의사소통의망은당시의사회적삶을이해하는특정한방식들이확산되고,논의되고,공고화되고때로는수정되는새로운종류의문화적공간을창출하게됩니다. 사회에흩어져있는개인들을하나의상상적공동체(imaginarycommunity)로결집해주는일종의‘공동의광장’을제공했던시민사회내의자생적제도들을통해서그동안교회와절대국가의권위가그해석을독점적으로장악해왔던대중의일상적인삶의여러관심사들이비로소대중스스로의비판적논의의대상이되게됩니다. 개인의고유한경험이재현되고소통된다는것은인류역사상최초로“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가형성되었다는의미합니다.우리는이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라는새로운개념적틀을통해서시민사회의형성과인간의문자능력을통한상징행위사이의필수적인관계,그리고그러한관계를통해민주적시민사회의특성을접근하고이해할수있습니다. 우리가세상을경험하는것은이야기를통해서입니다.이야기를통해세상과만나고이야기를듣고만들면서스스로를형성해갑니다.사람들은이야기가현실을모방한다고말합니다.그러나사실은현실이이야기를모방합니다.우리는이야기라는틀을통해서만현실을만지고볼수있습니다.이야기가발화되고소통되면서나와이웃의개별적이고고유한삶은공통의경험으로인지되고공유됩니다.이야기를통해서우리는공동의경험세계를구축하는것입니다.이공동의경험세계를통해서만나는다시나를만들어갑니다.공동의경험세계는한공동체에서유통되는이야기들이축적되고계승되는공간입니다.이공동의경험세계를우리는한공동체의상징질서라고할수있습니다.상징질서가나를만들고다시나의경험의소통을통해내가,혹은우리가상징질서에개입하고참여하고변화시켜나가면서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가만들어지고돌아갑니다.주체는이의미생산의생태적순환계속에서구성되고갱신됩니다.이생태적순환계가원활하게작동할때보통사람들의경험,정체성그리고고통은공동체에인지되고,상징질서는그것을자신의일부로받아들입니다. 재현행위를통해경험을소통시키고현실을구성하는것은한공동체에서이야기가수행하는핵심적기능중의하나입니다.이때소통이란타인의경험이공유되는과정입니다.인간은타인의경험을공유하고전유함으로써자신의세계를구축합니다.개별적이고고유한삶의경험들이공동체의경험으로소통되고공유되는과정,그리고,이공적공간을통해서그개별적경험에정체성을부여해줄수있는사회의통합적이미지가생산되고저항되고때로는거부되는전과정은모두이야기가만들어지고수용되고내화되는행위를통해진행됩니다. 재현하고소통하고참여하는이야기의기능은한공동체의소통체계(communicationsystem)에의해수행됩니다.가족,지역공동체,학교,미디어,대학,대중문화,그리고인터넷과SNS의공간등은가장일반적이고기본적인소통체계들입니다.이소통체계를통해개인과공동체는서로를구성합니다.개인과공동체가서로만나고교섭하는것은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를통해서진행됩니다. 대중이소통의과정에서수동적소비자가아니라능동적생산자가될때,재현의형식은참여의형식이됩니다.재현의궁극적기능은,스스로의경험과정체성을표현해내고공적경험으로공유시키는것,그것을통해자신의집단적정체성에서오는고유한관점과해석을공동체의관점과해석의일부로바꾸어놓고,더나아가서공동체의의미생산과정에참여하는것입니다.자신과공동체의문제에능동적으로개입하는능력을통해보다주체적이고자율적인삶을살수있는조건을만든다는의미에서,재현과참여의형식을함께만들어가는것은민주적삶을위한실천조건이됩니다.상징생산의생태적순환계가원활하게진행된다는것은보통사람들의의미있는경험들이드러나고,보여지고공동체구성원들의경험으로다시전유되는것을의미하고이것이민주적시민사회를건강하게만들고유지하는필수적인조건이됩니다.
- 302025.10
- 2025년 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단상 (2) -박종성 교수님
‘실낙원’이라는표현으로대변되는영어영문학이맞이한암울한현실에직면하여,자칫가던길을잃고수렁에빠지거나아예갈길을몰라주저앉아있는독자들을위해세편의단상을싣는다.세편모두수렁에서빠져나가는법을알려주는상세한지도는아니지만강한빛을발하는글이기에,문해력이있는독자들에게다시일어서는용기를주고이들이방향을잡아앞으로나아갈수있게한다.깊어가는가을인문학의정점에달한선배영문학자들의예리하면서도풍요로운글쓰기를즐기면서이시대문해력이지닌의미를되새기는것도의미있을것이다. 영어공교육정상화를위한제언과진단박종성(충남대학교,한국영어영문학회38대회장) 영어공교육정상화가시급하다.영어위기의출발점은대입수능에서영어절대평가도입이었다.11년전2014년12월25일당시황우여교육부장관은한국형‘국가영어시험(NEAT,NationalEnglishAbilityTest)’을전면폐기하고뜬금없이영어만절대평가를도입하겠다고발표했다(예산액약390억원이투입된NEAT는2016학년도수능부터영어영역을대체할계획이었으나전산오류발생으로결국폐기되었다).절대평가는2018년수능에서처음시행되었고2028년까지지속된다.시행8년후이정책은그본래의취지를전혀살리지못하고,대입에서영어과목의변별력이떨어지면서공교육에서영어가홀대당하는참담한결과를낳았다.무의미한경쟁완화와학습부담경감,의사소통중심수업활성화,사교육비부담경감,학교영어교육정상화라는절대평가의취지가무색해졌다.더구나,당시향후절대평가를국어와수학등다른과목에점차확대적용할것이라는말은거짓말로판명되었다.영어관련종사자들은지금껏희망고문을당했다.이처럼절대평가는애당초취지에맞게영어의4가지기능을평가하지도못했으며,평가의절대적준거를마련하지도못했다.등급간널뛰기가너무심했다(수능영어1등급비율의변동폭이2021년12.7¤부터2024년6월모의고사평가1¤까지이를정도로매우컸다).급기야,대입에서이과생들의문과침공이현실화되면서문과생들은심한상대적박탈감을지닌다(2025학년도수도권인문계학과정시합격생을분석한결과한양대영어교육과,한국외대태국학과,건국대영어영문학과등은100¤이과생이었다).따라서영어공교육정상화를위해서는기초공통과목인국어와수학처럼영어에도동일한평가방식을실시해야한다.이것이비정상화의정상화를위한출발점이다.기울어진운동장을바로잡는것은공정성이슈와도직결된다.이제라도잘못설계된영어정책을바로잡아야한다.영어가대입수시전형이요구하는등급충족용안전핀역할에머물러서는곤란하다. 초연결시대영어의위상이더욱높아졌다.영어만절대평가실시라는잘못된정책을바로잡아야하는또다른동인이생겼다.본래국제공용어인영어는힘을지닌언어다.영어는15억명이상이사용하는범용적글로벌언어다.전세계75개국가에서영어를모국어또는공용어로사용하고있다.그런데정보습득의기반이되는미디어환경이빠르게변하고있다.인터넷과스마트폰,그리고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활용하여관계를확장하고,지식과정보와강연을공유하는놀라운현실이되었다.더구나과학기술계의연구성과발표도영어로이루어진다.이과정에서영어는유용한소통의도구이자,인식을확장할수있는유용한창(窓)역할을한다.고급문해력이필요한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인공지능시대의변화에맞게영어학습의목표를다시설정해야한다.EBS교재에수록된,문맥이배제된토막글을학습하여오지선다형수능문제를푸는방식은시대착오적이다.아울러인공지능시대가도래하면서영어의위상이더욱높아졌다.무엇보다도영어로된자료와텍스트를빠르게읽고,정확히분석하고,깊이있게질문하며,결과를예측하는고급문해력이중요해졌다.다시말해영어능력을잘갖추면시간과비용을줄이고,전지구적으로실시간연결되며,원하는정보와지식과자료에접근할수있다.한걸음더나아가,인공지능시대에는기계가할수없는인간고유의영역인감성교육,서사구성능력,창의력과비판력을기르는게중요하다.문학(스토리,서사)읽기가좋은대안이다.영어교육의목표와방향성을새롭게설정해야하는중차대한시점에와있다. 영어문해력교육을강화해야한다.이제영어교육의목표와내용도확달라져야한다.영어의기능적측면(문장을다듬고문법의오류를고치는일)에서고급문해력을강조하는쪽으로방향전환이필요하다.영어로된글감(문학,스토리)을통해서사를구성하는능력,맥락을이해하는능력,그리고세계시민으로서지녀야할안목과덕목을기르는것이요구된다.여기서세계시민이란인간의보편적가치,국제연대의정신,기후위기대응,분쟁해결등인류공통의과제에관심을지니고,목소리를내며,적극적으로연대하는성숙한시민을의미한다.영어는우리고유문화를전세계로확산할수있는유용한도구다.역으로,영어로된글(이야기책)을통해우리문화를다양하고풍성하게만들수있다.영어를매개로하여우리와다른국가와문화간교류함으로써문화의상호비옥화가가능해지며,김구선생이말하는“높은수준의문화”를지닌나라가될수있다.공교육에서영어를강화함으로써한국문화의세계화(K-culture)를실현할수있다는뜻이다.영어는한국의역량있는수많은디지털크리에이터와젊은이들이세계무대에서비상(飛上)할수있도록도와주는수단이다.우리가DeepL앱을활용하여번역과영작을하더라도단어와뉘앙스와표현의오류를식별하는능력은필수적이다.기계번역의치명적약점이콘텐츠의하향평준화라는점을잊지말자.한국의국제영어숙련도지수는연속적으로하락의길을내리걷고있다.글로벌교육기업EF(EnglishFirst)가전세계112개비영어권국가의성인들을대상으로조사한EPI(EnglishProficiencyIndex,영어능력지수)평가에서한국은32위(2020),37위(2021),49위(2023)로계속추락하고있다.한국의영어교육역주행은매우우려스럽다.우리는언제까지EBS수능영어교재와토익책에매달려야하는가.획기적발상의전환이필요하다. 맺는말수능영어에만절대평가도입발표후11년,시행8년이흘렀다.졸속영어정책으로허송세월을한셈이다.책임지는사람이없어개탄스럽다.수능체계설계를포함한중장기국가교육발전계획을수립하는국가교육위원회도정파적다툼으로국가교육의비전과방향제시하는데실패했다.한마디로무능하고무책임하다.이제영어정책의방향을바꿀시점이다.변화의출발점은수능영어를동일기초과목인국어와수학과함께동일한방식으로평가하는것이다.특정과목에쏠림을방지하여공교육에서영어를정상화하는일이시급하다.이것은국가경쟁력강화와K-문화강국실현,성숙한세계시민교육에필요한일이다.영어라는기회의창을활짝열어야한다. 핵심요구사항을정리하면다음과같다.첫째,현행수능영어만절대평가실시를폐기하라.동일기초과목(국어영어수학)에동일한평가방식을적용하라.국가교육위원회는공정하고미래지향적수능체계를설계하라.둘째,공교육에서영어교육을줄이지말라.영어공교육활성화를통해‘영어격차(Englishdivide)’를해소하라. 셋째,국가의영어경쟁력이하락하지않도록제대로된영어정책을시급히마련하라.글로벌안목을지닌,영어능력을지닌세계시민교육의청사진을제시하라.
- 302025.10
- 2025년 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단상 (1) - 김현진 교수님
‘실낙원’이라는표현으로대변되는영어영문학이맞이한암울한현실에직면하여,자칫가던길을잃고수렁에빠지거나아예갈길을몰라주저앉아있는독자들을위해세편의단상을싣는다.세편모두수렁에서빠져나가는법을알려주는상세한지도는아니지만강한빛을발하는글이기에,문해력이있는독자들에게다시일어서는용기를주고이들이방향을잡아앞으로나아갈수있게한다.깊어가는가을인문학의정점에달한선배영문학자들의예리하면서도풍요로운글쓰기를즐기면서이시대문해력이지닌의미를되새기는것도의미있을것이다. 영문과의미래에관한일곱가지단상김현진(서울대,한국영어영문학회43대회장) 그들은고개를돌려조금전까지그들의행복한거처였던낙원을바라보았다.동쪽면전체가불붙은신검(神劍)너머로일렁이고입구엔무서운얼굴과빛나는무구가밀집해있었다.그들은자연스레눈물을떨구었지만곧닦아냈다.어디서쉴곳을찾든세상이그들앞에온전히열려있었고,하늘의뜻이길잡이였다.손에손잡고정처없는걸음더디게옮겨그들은에덴을빠져나와외로운여정에올랐다. 영문과의전성시대는끝이났고,아담과이브가그랬듯이이제는우리가낙원을떠날때가되었다.떠나기싫어도떠나야하고,떠나면다시돌아올수없다.하지만낙원밖세상이어둡고험하기만한것은아니다.부디우리의실낙원이‘다행한타락’(felixculpa)이기를바라며,그곳이어디든불확실한미래를향해신념을길잡이삼아꿋꿋이함께나아가자는염원을담아,몇가지단상을적어본다. 1.저들은우리의미래에관심이없다저들은영문과의미래에딱히관심이없다.(‘저들’은교육부및그산하기관,대학당국등돈줄을쥐고우리에게영향을끼치는제삼자를가리킨다.)우리에게는우리학과가살아남는것이중요하고,우리가우수한학생들을받아서교육하는것,우리학생들이경쟁력을갖추고사회에나가는것,우리의학문후속세대가지속적으로양성되는것이중요하지만,저들에게는그런‘우리’가중요하지않다.그러므로미래는우리가알아서개척해야한다.저들과협력하고저들을이용하되,우리의미래에영혼없이끼어들려는시도에는유연하면서도굳건하게대처할필요가있다. 2.미래는일인칭으로만존재한다미래는누군가의희생으로만들어지는것이아니다.순국,순교,순애가수십년전에시대착오가되어버린마당에새삼‘순과’(殉科)를요구할수는없다.‘내’가있어야미래가있을수있으며,‘나’없는미래,완전히이타적인미래는존재할수없다.‘내’가원하는미래가어쩔수없이이기적임을이해하고그토대위에서대화와설득을통해일인칭단수를복수로확장해갈때비로소‘우리’의미래가열릴것이다. 3.이제영어장사만으로는힘들다영문과가영어장사로먹고살던시절은지나갔다.세상이변해영어권대학에진학하는학생이크게늘어났고,국내대학에진학하는학생의영어실력격차는(다수가영어자체를꺼릴정도로)극심해졌으며,국내대학에도스크랜튼대학국제학부,언더우드국제대학등영어전용학부가생겨났다.따라서영문과가입시와취업시장에서예전처럼영어프리미엄을누리는것은불가능해졌다.이제는우리의DNA를살려영어와한국어,세계와한국의교차점에서학생들에게새로운인문학적포트폴리오를만들어줄때가되었다. 4.선택과집중은답이아니다이제어떤영문과도영어영문학전분야를망라하는백화점식운영모델을고집하기는힘들어졌다.그렇다고선택과집중이답이라는것은아니다.인문학은이윤창출에직접기여하는학문이아니며,돈벌이에당장필요한기술을가르치는학문도아니다.따라서우리가교육,연구,인적구성에서선택과집중을통해얻을수있는이득은극히제한적이다.우리에게는오히려영어영문학의외연을확장하고전공분야를다변화할때더많은기회가주어질수있다. 5.디지털과인공지능은우리를구원하지않는다디지털과인공지능을모르고는영문과교수,인문학자로행세할수없는시대가되었다.과학기술의급변하는지형을발빠르게업데이트하지않고는교육자로는물론연구자로도도태될수밖에없으며,이제는인문학하는것이면책사유가될수도없다.아니인문학의기치아래새로운시대의새로운질서와혼란에오히려더적극적으로개입할필요가있다.하지만디지털인문학으로의대전환이영문과를구원하리라는희망은품지않는것이좋다.이유는자명하다.첫째,디지털인문학이우리에게황금알낳는거위가될가능성은희박하다.펀딩이일차자료의디지털화와데이터베이스화로몰리는디지털인문학생태계에서비영어권외국인으로서영어‘데이터’를다루는우리가우월적지위를확보하는것은결코쉬운일이아니다.둘째,디지털인문학은우리학생들에게장밋빛미래를열어주지않을것이다.영문과졸업생은영문과에서익힌디지털지식과기술만으로컴퓨터공학과,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부졸업생과동등한경쟁력을갖출수없으며,문제가지식이나기술이아니라간판이라면그만큼더불이익을감수해야한다.셋째,정말디지털과인공지능에‘올인’한다면,우리는더이상영문과가아닐것이고우리의미래는더이상영문과의미래가아닐것이다.그러면영문과는구원이아니라종말을준비해야할것이다. 6.문해력은절대포기할수없다우리에게는1500여년의역사를지닌영어와영문학,영어권문화콘텐츠,언어의경계를가로질러점점더가깝게연결되는전지구적문화콘텐츠가있으며,이콘텐츠를이해하고분석하는능력,콘텐츠를매개로‘나’와세상을비판적으로성찰하는능력을기르는잘정비된프로그램이있다.이능력들을편의상문해력이라통칭한다면,우리가외연을어떻게넓히고어떻게진화하든,학생들에게어떤융합적대안을제시하든,우리에게는문해력이곧경쟁력이고사명이다.인공지능이발달할수록학생들의평균적문해력은저하될것이고우리의사명은그만큼더막중해질것이다.문해력플러스알파의패키지로교육적수요를창출할수있을때,문해력이라는상수를알파라는변수로보완하는묘안을찾을수있을때,비로소영문과의미래가선명해질것이다. 7.어떤가치를장착할지고민해야한다 영문과는전세계의학문,지식,사유가모이는언어적허브를점하고있기에인문학의이론적변화와혁신,자기반성에선제적으로참여하고대응하는이점을누려왔다.이제이이점을살려영문과교육에어떤사회적가치를어떻게‘장착’할지고민해야한다.(외연이확장된)영어영문학을토대로학생들에게,시대가요구하는가치들에대해진지하게성찰할수있는플랫폼을만들어줄때가되었다.나날이사회갈등이첨예해지고개인이신념을실명화하기힘들어지는,온우주가미쳐날뛰며퇴행하는시대에인문학은더어렵고위험하고복잡해진윤리적책무를기꺼이떠안아야한다.지금껏그랬듯이앞으로도영문과가그일선에서는것이우리의미래가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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